- 한은 “노동시장 재진입 어려운 구조 고착 우려”

최근 우리 청년층 중 구직이나 교육 없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쉬었음' 인구가 급증했다. © 연합뉴스
[코리아위크] 취업이나 학업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쉬었음’ 상태의 청년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구직 자체를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쉬었음’ 상태이면서도 취업 의사가 없는 청년은 약 4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약 28만7000명 수준에서 6년 만에 16만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체 쉬었음 청년의 약 80%가량이 노동시장 복귀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 같은 흐름을 단기적 현상이 아닌 고용 구조 전반의 위험 신호로 해석했다. 취업 실패 경험이 누적되며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로 인해 인적 자본 축적 기회 상실과 사회적 고립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취업 길수록 ‘쉬었음’ 고착…“포기는 반복된다”
분석 결과,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은 뚜렷하게 높아졌다.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쉬었음 상태로 전환될 확률은 4.0%포인트 상승한 반면, 적극적인 구직 활동에 나설 가능성은 3.1%포인트 낮아졌다.
학력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전문대 졸업 이하 청년은 4년제 대학 졸업자보다 쉬었음 상태에 머물 확률이 6.3%포인트 더 높았다.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낮은 계층일수록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조기에 체감하며 구직을 단념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윤진영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은 “초대졸 이하 청년층은 기대 가능한 보상이 낮고 취업 문턱은 높다고 인식하면서 비교적 이른 시점에 노동시장 진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요인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직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인 ‘진로 적응도’가 낮은 청년일수록 쉬었음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4.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반복된 구직 실패가 자신감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취업 의지 상실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눈높이 문제 아냐”…희망 연봉·기업 규모 모두 평균 수준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년 눈높이 문제’와는 달리, 실제 데이터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쉬었음 청년들이 희망하는 최소 연봉은 평균 3000만원 수준으로, 현재 구직 활동 중인 미취업자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선호 기업 유형 역시 중소기업을 선택한 비중이 48.0%로 가장 높았다. 대기업(17.6%)이나 공공기관(19.9%)을 선호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반 구직자들에 비해, 오히려 조건에 대한 기대치는 낮은 편이었다.
한국은행은 노동시장을 떠난 청년층을 다시 유입시키기 위해 장기 미취업자와 초대졸 이하 청년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취업 장려를 넘어, 준비 기간 단축과 중소기업 근로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과장은 “미취업 장기화가 곧바로 영구적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기 단계에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