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만에 손보는 퇴직연금…가입 의무화 추진, 일시금은 유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 네번째)과 장지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테스크포스(TF) 위원장(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을 발표(사진=연합뉴스)
[코리아위크] 노사정이 퇴직연금 제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되 근로자의 선택권을 고려해 기존 일시금 수령 방식은 유지한다는 방향이다.
고용노동부는 6일 노사정과 청년·전문가가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 노사정 태스크포스(TF)’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TF가 약 3개월간 논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 이뤄진 구조적 개편 합의다.
합의의 핵심은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에 더해 기금형 제도를 병행 도입하는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확정기여(DC)형을 중심으로 적용되며,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방식의 한계를 보완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향후 중장기적으로 DC형 중심의 제도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정 TF는 기금 운영 방식으로 △은행·증권·보험사 등이 참여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복수 기업이 공동으로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연합형 기금 도입에 합의했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입자의 이익 외 다른 목적에 기금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공공 영역에서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을 활용해 기금형 제도를 확장한다. 현재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푸른씨앗은 단계적으로 300인 이하 기업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100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연합형 또는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퇴직연금 의무화와 관련해 정부는 즉각적인 강제보다는 단계적 접근을 택했다.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실태조사를 우선 실시하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적용 시기와 방식을 정할 계획이다.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제재 조치는 이번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노동부는 퇴직연금이 전면 도입되더라도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는 선택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퇴직금 제도가 점차 축소될 수는 있지만, 일시 수령 방식은 제도적으로 병행된다는 설명이다. 노사정은 퇴직급여 사각지대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장기간 해결하지 못했던 핵심 과제에 대해 노사정이 처음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정부는 합의 내용이 제도와 법률로 안착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