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위크]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한 여행 상담도 다시 늘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을 노린 불법 행위 역시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대형 여행사 브랜드를 내건 한 대리점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며 업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공식 대리점 직원이 고객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한 뒤 개인 계좌로 여행 경비를 받아 가로챈 사례로, 피해 규모만 19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브랜드 인지도를 믿고 대면 상담을 선택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같은 유형의 사고는 특정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여행업계에서는 대형 여행사의 상호와 로고를 사용하는 위탁 대리점에서 유사한 사고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구조적 문제로 지적한다. 과거에도 주요 여행사의 지역 대리점이나 허니문 전문 여행사를 중심으로, ‘추가 할인’을 미끼로 결제를 유도한 뒤 폐업하거나 잠적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리점에서 일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본사와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는 대리점 구조상, 내부 직원의 자금 흐름이나 결제 방식까지 실시간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장년층 소비자의 이용 비중이 높은 오프라인 시장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결제보다 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본사 간판’과 ‘공식 대리점’이라는 표현만 믿고 개인 계좌로 송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객 편의를 위해 예약을 먼저 진행하고 결제를 나중에 받는 관행이 일반적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대리점이 본사 승인 없이 개인 계좌 입금을 유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주요 여행사들은 최근 결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약 단계부터 결제와 계약, 정산까지 전 과정을 본사 시스템으로 일원화해 대리점이 독자적으로 금전을 취급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식이다.
일부 여행사는 예약 직후 고객에게 본사 명의의 문자나 알림을 통해 결제 경로를 안내하고, 법인 계좌 외 입금은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또 현장에서는 공식 결제 기준을 명시한 안내물을 의무적으로 부착해 소비자가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 차원의 자율 정비와 함께 소비자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대리점 이용 시 주의사항을 알리는 캠페인을 논의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대리점은 본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독립 사업자이기 때문에 법이나 행정으로 일괄 규제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가 결제 주체와 방식부터 명확히 확인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