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위크]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의 핵심 쟁점인 ‘은행 지분 51% 룰’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정부안을 별도로 제출하지 않고 여당 단일안에 협의 내용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입법 전략을 전환하면서, 민감한 쟁점을 하위 규정으로 넘기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의 은행 지분 51% 요건을 법률에 명시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운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법안에서는 은행 51% 룰과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가 최대 쟁점으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여당 단일안 도출이 지연돼 왔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정부 제출안을 따로 내기보다 여당 단일안에 정부 협의 내용을 녹여 ‘당정 합의안’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을 먼저 내놓을 경우 쟁점 사안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장기화돼 법안 시행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률에는 기본적인 규율 체계와 인가 틀만 담고, 은행 51% 룰과 같은 민감한 기준은 시행령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동하고 있다. 은행 지분 요건을 법에 고정할 경우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입법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시행령 위임이 제도 유연성을 확보하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회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중심 구조를 법에 못 박으면 혁신 논란이 커지고, 반대로 완화하면 금융 안정성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며 “시행령으로 넘겨 조정 여지를 두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논의 과정에서는 은행 51% 구조로 출발하되, 제도 안착 정도에 따라 점진적 완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국회 일각에서는 핵심 정책 기준을 시행령에 맡기는 것은 ‘백지위임’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디지털자산이 결제·금융 인프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기본 원칙은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행정부 재량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정권이나 수장 교체에 따라 규제가 급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합의 우선’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입법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에 명시되지 않은 사안은 시행령 설계에 따라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유연성은 장점이지만 예측 가능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령·시행규칙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 도입과 시장 안착은 중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 통과 자체보다 하위 규정 설계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