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안전자산·정치 리스크…크루그먼, 가상자산 혹한기 경고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AFP)
[코리아위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락을 일시적 조정이 아닌 장기 침체의 출발점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번 하락 국면이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5일(현지시간) 공개한 뉴스레터에서 현재의 가상자산 침체를 북유럽 신화 속 ‘라그나로크’ 이전의 혹독한 겨울에 비유하며, 되돌리기 어려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근거는 신뢰의 약화다. 비트코인은 오랜 기간 강한 신념을 가진 지지층에 의해 가격이 방어돼 왔지만, 최근에는 차입을 통해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핵심 주체로 떠올랐다. 크루그먼은 투자자들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신앙적 확신’을 기업 주식에까지 부여할 가능성은 낮다며, 신뢰가 더 이상 가격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급락 역시 뚜렷한 악재 없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신뢰 붕괴의 징후로 봤다.
두 번째 이유로는 안전자산 역할 부재를 꼽았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자금은 비트코인이 아닌 금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위기 국면에서 방어 자산이 아닌 고위험 기술주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 번째는 정치적 변수다. 크루그먼은 가상자산이 특정 정치 세력과 강하게 연동된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친(親)가상자산 기조를 보여온 정치적 흐름이 약화될 경우,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재현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놨다.
다만 그는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제기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붕괴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연쇄적인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가상자산이 아직 전통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크루그먼은 만약 가상자산 시장의 붕괴가 불가피하다면, 산업 규모와 정치적 영향력이 더 커지기 전에 조기에 드러나는 편이 오히려 낫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