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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여자대학교 경영세무과 권오현 교수
[숭의여자대학교 경영세무과 권오현 교수] 현행 소득세법은 1세대 1주택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한다. 다만 양도가액이 12억 원을 초과하는 이른바 ‘고가주택’의 경우에는 12억 원 초과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지되,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여 양도소득금액을 낮게 산정함으로써 세 부담을 완화해 준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간 실거주한 납세자에게 상당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핵심 제도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시 축소하자는 논의가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조세 형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 논의가 본격화되는 지금,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다시 던지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8월 개정(2021년 1월 1일 시행)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던 납세자의 기대권이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다루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본질과 납세자의 선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자산을 장기간 보유한 납세자의 양도차익에서 일정 부분을 공제하는 제도다. 단기 보유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 중과세를 완화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명목적 이익을 조정하여 실질소득에 과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나아가 주택의 경우 양도 후에도 유사한 수준의 주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세후 가처분소득을 보전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단기적 선택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년,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되는 보유 및 거주 기간을 전제로 하는 제도다. 납세자는 취득 당시의 세법을 신뢰하고 장기보유를 선택하며, 그 과정에서 다른 투자 기회를 포기하거나 주거 이전을 미루는 등 돌이키기 어려운 경제적 결정을 내린다.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심리적 기대가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구체적 신뢰의 영역에 속한다.
형식적 장래효와 실질적 소급효 사이
2020년 8월 개정 당시, 이러한 납세자의 기대권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투기 억제와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이미 상당 기간 보유해 온 납세자의 신뢰 문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밀렸다. 그 결과 형식적으로는 장래효를 갖는 개정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과거에 형성된 보유기간에 대한 법적 평가를 사후적으로 변경하는 효과를 낳았다. 10년, 20년을 보유해 온 납세자의 기대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이다.
반복되는 개정, 누적되는 신뢰의 침해
이제 다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이미 형성된 납세자의 기대를 반복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세법은 정책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이 장기적인 재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법적 약속이기도 하다. 그 약속이 몇 년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변경된다면, 세법의 예측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어떤 규정을 믿고 장기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례원칙에 따른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
헌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개정은 비례원칙, 특히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따라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투기 억제라는 공익적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이미 장기간 보유한 납세자의 기대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유일한 수단인지 되물어야 한다.
대안은 존재한다. 개정 이후 취득분부터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방법,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자산에는 종전 규정을 유지하는 방법, 보유기간에 따라 구법과 신법을 혼합 적용하는 경과규정을 두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액에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같은 경과조치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납세자의 기대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균형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신뢰를 회복할 기회다
세법 개정은 언제나 필요하다. 경제 환경이 변하고 정책 목표가 달라지면 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 개정이 납세자의 신뢰를 반복적으로 훼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면, 조세 정책의 정당성은 물론 세법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제율 조정 논의가 아니다. 납세자의 기대권을 전제로 한 입법 설계, 그리고 과거 개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신뢰보호 문제를 비례원칙에 따라 면밀히 검토하는 일이다. 세법은 단순한 세수 확보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 사이의 신뢰 계약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정 논의가 그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다시 한번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금의 입법 과정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