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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교수의 稅상만사」 ⑥소멸하는 대한민국, 피지컬 AI 실험장이 되다

  • 코리아위크 기자
  • 입력 2026.04.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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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여자대학교 경영세무과 권오현 교수] 인구 절벽 앞에 선 한국이 선택할 길은 '로봇 공화국'일 수 있다. 출산도, 이민도 막힌 사회에서 피지컬 AI는 우회로가 아니라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술이 노동을 대체한다고 해서 사회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GDP 규모는 유지하되 중산층이 붕괴하는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 우리는 이제 기술 도입을 넘어 '어떻게 나누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1. 2070년 대한민국은 인구 절반이 노인

 대한민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이 규모를 떠받치는 인구는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2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들어가 2070년에는 3,7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더 심각한 것은 2070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 고령자가 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40%대로 추락한다. 따라서 지금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려면 현재 수준의 생산가능인구가 필요하지만, '사람'만으로는 그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폭발적인 출생률 반등이나 대규모 이민 유입이 없다면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 구조다.

 

2. 출산도 이민도 돌파구가 어려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려 20~30년 후의 생산인구를 회복하거나, 부족한 젊은 층을 이민자로 채우면 되지 않을까? 아니다. 한국 현실에서 두 가지 모두 쉽지 않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0.7대까지 떨어졌고, 각종 지원 정책에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으라'는 메시지는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이민 확대는 어떤가. 제조업과 농어업 현장에서는 이미 동남아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정치·여론 차원에서는 이민정책의 과감한 확대에 여전히 상당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결국 한국 사회는 인구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대신, '기술적 대체'라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이미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대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에서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하는 흐름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 최근에는 단순 산업용 로봇을 넘어 인간형 로봇·서비스 로봇과 AI를 결합한 '피지컬 AI(Physical AI)'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피지컬 AI는 데이터 속에서만 움직이던 전통적 AI와 달리, 센서와 모터를 통해 현실 세계를 인지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의 기술력이 수반된 AI최적의 인프라에 주목한다. 엔비디아는 한국 대기업·정부와 협력해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을 위한 대규모 GPU 인프라와 AI 슈퍼컴퓨팅 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에서는 수만 개 규모의 차세대 GPU를 활용해 자율주행·공장 자동화·로보틱스 모델을 통합 학습·검증·배포하는 'AI 공장' 개념의 인프라를 한국에 조성하는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은 인구 구조로는 '붕괴의 최전선'이지만, 기술과 인프라로는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안착할 '미래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구 구조 붕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AI 로봇은 선택이 아닌 유일한 생존 전략일 수 있다.

 

3. 로봇 공화국이 되어 GDP는 지켜도 중산층이 무너진다

 로봇과 AI가 생산성을 지탱해 경제 지표(GDP)는 방어할 수 있겠지만, 일자리가 사라진 개인들의 삶은 붕괴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제조·물류·돌봄 등에서 로봇 100만 대 이상을 보급해 산업과 사회 전반의 인력 부족을 완화하겠다는 '제4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제시하였다. 노인 돌봄, 재활, 창고 관리 등에서는 로봇과 AI를 결합한 돌봄 로봇·물류 로봇·AI 비서 등이 이미 시범사업과 제한적 실사용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와 기업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한다'고 말한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피지컬 AI가 맡고, 인간은 설계·감독·윤리·정책처럼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영역으로 이동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물류창고 피킹·패킹 로봇은 단순 노무직을 명백히 대체하고, 돌봄 로봇은 요양보호사 수요를 감소시키며, 자율주행 트럭은 화물 운전사 일자리를 소멸시킬 수 있다. '사람은 판단 영역으로 이동한다'는 말은 이론적으로 옳지만, 50대 물류 노동자가 AI 감독자나 로봇 윤리 전문가로 재교육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100개의 단순 노무직이 사라질 때 생기는 '판단과 책임' 일자리는 10개일 수 있다. 90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자동화의 과실이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과 자본가에게 독점될 때, 한국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라는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4. 분배의 재설계 - "기계가 벌고, 인간이 누리다"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노동 소득에만 의존하는 분배 시스템은 유효기간이 끝났다. 생산주체가 '사람'에서 'AI와 로봇'으로 바뀌는 만큼, 부의 분배 방식도 근본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① 로봇세(Robot Tax)의 도입

 인간 노동자가 내던 소득세를 로봇에게 부과하는 개념이다. 기업이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 초과 이익을 얻는다면, 그만큼을 세금으로 걷어 사회 안전망 재원으로 써야 한다. 이는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실직자의 재교육과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② 데이터 배당과 보편적 기본소득

피지컬 AI와 로봇은 결국 인간이 축적한 행동 데이터와 지식을 학습해 작동한다. 따라서 AI가 창출한 부가가치의 원천은 대중에게 있다는 인식을 갖고, 기업이 독점하던 데이터 이익을 '데이터세'나 '배당' 형태로 걷어 일자리를 잃은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돌려주어야 한다(세금의 기능을 징수에서 교부로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소비 여력을 유지시켜 경제 생태계를 돌게 하는 최소한의 급유 장치가 될 수 있다.

 

5. 교육의 전환 - "AI와 경쟁하지 않는 아이들"

 지금의 암기 위주, 정답 찾기 식 교육은 2040년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계산, 암기, 논리적 추론은 AI가 인간보다 수만 배 더 잘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은 'AI가 할 수 없는 것', 즉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특성을 찾아야 한다.

 

① '공감'과 '돌봄'의 가치 격상

피지컬 AI가 노인을 부축하고 환자의 맥박을 잴 수는 있지만, 그들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 간호, 심리 상담, 예술, 교육 등 고도의 정서적 교류가 필요한 직업군은 로봇 시대에 오히려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공감 능력이 국영수를 배우는 것 보다 중요하다.

 

②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정의' 능력

AI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Solving)하는 데는 천재적이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Defining)하고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라는 윤리적·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데는 아직 취약하다. 미래 교육은 코딩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인문학적 통찰력과 윤리적 판단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즉, AI를 도구로 부릴 줄 아는 창발성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6. 배수진 같은 실험

 대한민국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기술'보다 '정치'와 '사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로봇세와 데이터 배당 같은 새로운 분배 장치를 통해 기술의 혜택이 중산층 붕괴를 막는 방파제가 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교육은 AI와 경쟁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AI와 공존하며 인간다움을 파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소멸이라는 위기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 거대한 질문을 마주했다. 중국, 일본, 대만, 남유럽이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며, 한국이 2030년대에 맞닥뜨릴 문제를 중국은 2040년대에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실험장'을 넘어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의 경험이 다른 나라들의 교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다시 이를 딛고 일어 설수 없지 않을까? 무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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