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위크] 케이팝 스타를 꿈꾸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 청소년 연습생들이 연습생 프로그램 과정에서 성희롱과 감시, 약속 불이행 등을 겪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국 BBC는 최근 외국인 여성 연습생 3명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일부 케이팝 연습생 프로그램의 실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대 소녀 미유(가명)는 2024년 서울의 한 연습생 프로그램에 약 300만엔(한화 약 2800만원)을 지불하고 참가했다. 프로그램 측은 전문 보컬·댄스 교육과 대형 기획사 오디션 기회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이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미유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기적인 오디션이 예정돼 있다고 들었지만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수업도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램 참여 중 선임 직원으로부터 신체 접촉과 외모 평가 등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BC는 같은 아카데미에 소속됐던 또 다른 연습생 엘린(가명) 역시 유사한 피해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엘린은 해당 직원이 회의실에서 신체를 만지거나 부적절한 요구를 했다고 증언했으며, 또 다른 연습생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문제 행동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연습생들은 사생활 침해 문제도 제기했다. 여성 연습생 기숙사에 새벽 시간대 직원이 출입했고, 숙소와 연습 공간에는 오디오·비디오 녹화가 가능한 CCTV가 상시 작동했다는 주장이다. 일부 연습생은 CCTV 설치와 녹화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BBC를 통해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회사 측은 여성 연습생 기숙사 출입은 내부 규정상 엄격히 제한돼 있으며, CCTV 역시 안전 목적상 공용 공간에만 설치됐고 사전에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제도적 공백이 있다. 해당 업체는 교육기관이 아닌 연예기획사로 등록돼 있어 교육부 관리 대상이 아니며, 연습생 프로그램 역시 별도의 감독이나 정기 점검을 받지 않는 구조다. 교육부 관계자는 BBC에 “현행 법체계로는 연예기획사의 외국인 대상 연습생 프로그램을 규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주장한 연습생 중 일부는 경찰에 고소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사건이 종결됐고, 민사 소송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들은 즉각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이유로 데뷔 기회 상실에 대한 두려움, 거액의 비용을 지불한 부모에 대한 부담, 언어·법률 장벽 등을 꼽았다.
BBC는 케이팝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외국인 연습생 유입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에 응한 연습생들은 “꿈을 좇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안전과 존중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