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위크]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두고, 해외 유력 언론이 이를 단순 실수가 아닌 제도적 신뢰와 통제 체계를 시험하는 사건으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빗썸 사고를 다룬 기사에서 “소액 경품 지급 과정에서 발생한 입력 오류가 수백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이동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사건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내부 통제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진행한 이벤트에서 당첨자 249명에게 지급할 현금 금액을 잘못 입력하면서,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계정으로 이체되는 사고를 냈다. 이는 당시 시가 기준으로 약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0조 원을 웃도는 규모다. 당초 수령 예정 금액은 수천 원 수준이었지만, 일부 이용자는 순간적으로 수천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여파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사고 직후 비트코인 거래가 급증하며 가격은 한때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고, 빗썸은 약 30분 만에 거래를 중단했다. 그러나 그 사이 일부 물량은 이미 시장에 매도된 상태였다. WSJ는 이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 역시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빗썸의 실제 보유 비트코인 규모가 수만 개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들어, 어떻게 보유량을 훨씬 웃도는 수량이 시스템상으로 이전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관련 규정상 거래소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할 수 없는데, 이번 사고는 그러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WSJ는 한국을 세계에서 개인 투자자 참여도가 가장 높은 가상자산 시장 중 하나로 평가하면서, 그만큼 이번 사고의 파급력도 크다고 짚었다. 정치권에서는 규제 강화 요구가 잇따르고 있고, 감독 당국 역시 디지털 자산 산업 전반의 취약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금융감독원은 사고 직후 빗썸에 대한 정식 검사에 착수해 이른바 ‘유령 코인’ 발생 여부와 내부 통제 구조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WSJ를 통해 “대규모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사례는 기술적 오류라기보다 내부 통제 실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해외에서 가상자산 분실이나 오지급 사례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장기간에 걸친 회수 절차가 뒤따랐다.
WSJ는 이번 사건이 단기적인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 가상자산 규제와 신뢰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감독 당국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