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 3%대·은 두 자릿수 급락

(사진=AFP)
[코리아위크] 글로벌 증시 급락 속에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 가격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통적인 ‘위험 회피’ 국면과 달리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밀리는 이례적 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알고리즘 기반 매매와 강제 청산 물량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시간 오후 4시 22분 기준 현물 금 가격은 전일 대비 3.2% 하락한 온스당 4920.7달러를 기록했다. 은 가격은 11% 급락해 75.15달러까지 밀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도 2.2% 하락했다. 장중 금 낙폭은 한때 4%를 넘기기도 했다.
이날 금융시장 전반에는 인공지능(AI) 관련 우려가 확산하며 주식 등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세가 쏟아졌다. 통상 이런 환경에서는 금 가격이 방어력을 보이지만, 이번에는 동반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체계적 매매 전략이 하락을 증폭시켰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마켓라이브(MLIV)의 마이클 볼 거시 전략가는 “특정 가격 지지선이 붕괴되면 모멘텀 기반 전략을 사용하는 상품거래자문업자(CTA) 자금이 일제히 위험 노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짧은 반등 이후 발생한 가격 공백은 이러한 프로그램 매도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의 증거금(마진) 콜 대응도 매도 압력을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현금 확보가 시급해진 투자자들이 귀금속 포지션을 정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MKS 팜프(PAMP)의 닉키 쉴스 금속 전략 책임자는 “극단적인 긴장 국면에서는 안전자산도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매도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도 하락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금과 은은 2024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고, 지난달에는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투기적 매수와 모멘텀 자금이 가격을 연속적인 고점으로 끌어올렸지만, 지난달 29일 급락을 계기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후 뚜렷한 신규 재료 없이 박스권 등락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하방 충격이 재차 나타난 셈이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상품 전략가는 “현재 금·은 시장은 여전히 심리와 모멘텀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며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날에는 오히려 변동성이 확대되는 역설적 장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도 유지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지속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 문제 등이 여전히 금 가격을 지지할 요인으로 꼽힌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분석가는 “이번 하락을 장기 추세 전환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며 “기술적 지지선 부근에서의 수급 변화와 향후 거시 지표가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13일 발표될 미국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물가 지표는 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으며, 금리 전망 변화는 금·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 기대는 귀금속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