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야경
[코리아위크] 서울시장 선거가 다가오자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정치의 한복판에 섰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DDP를 철거하고 7만석 규모의 ‘서울돔 아레나’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상징은 강렬하다. 하지만 정책은 상징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DDP는 개관 초기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막대한 건립비, 독특한 외관, 활용도 논쟁까지. 그러나 최근 데이터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서울디자인재단 분석에 따르면 DDP 관람객 10명 중 7명이 인근 상권을 이용했고, 외국인 카드 매출은 2년 새 6.5배 증가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유동 인구 역시 꾸준히 늘었다. DDP가 ‘전시성 건축’에 머물렀다는 평가와는 결이 다른 흐름이다.
정책은 과거의 논란이 아니라 현재의 데이터 위에서 판단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대체재’다. 7만석 규모의 초대형 K팝 돔이 과연 상시적 수요를 담보할 수 있는가. K팝 산업이 성장세라 해도 모든 아티스트가 수만 명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수도권에는 고척스카이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창동 서울아레나 등 대형 공연 인프라 확충이 진행 중이다.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초대형 돔을 짓는 것이 과연 재정적으로 타당한지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DDP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서울이 글로벌 디자인·문화 도시를 표방하며 구축한 플랫폼이다. 1억 명이 넘는 누적 방문객, 외국인 만족도 상위권 기록, 그리고 재정자립도 100%를 넘는 운영 구조는 ‘실패한 건축물’이라는 단정과 거리가 있다.
물론 DDP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간 활용의 비효율, 동대문 상권과의 구조적 연계 강화 필요성 등 개선 과제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해법이 ‘철거’일 필요는 없다. 도시는 누적된 자산 위에서 진화한다. 선거 때마다 갈아엎는 방식으로는 도시 브랜드도, 정책 신뢰도도 축적되지 않는다.
정치가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거대한 철거와 건설은 언제나 강력한 메시지를 만든다. 하지만 도시 정책은 메시지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5년 후, 10년 후에도 운영 가능한가. 지역 생태계와 공존 가능한가. 재정 부담은 감당 가능한가.
DDP를 허물고 K팝 돔을 짓겠다는 구상은 화려하다. 그러나 서울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상징’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어떻게 더 잘 쓰고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전략 아닐까.
선거는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설계는 해체보다 어렵고,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