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여자대학교 경영세무과 권오현 교수] 지하철 출근길 풍경이 달라졌다. 20대보다 50대가 더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약 5,110만 명 가운데 가장 많은 연령대는 이제 50대다(2026년 1월 기준, 50~59세 약 863만 명). 그 뒤를 60대가 약 792만 명으로 바짝 따르고 있다. 50대 이상 인구를 모두 합치면 약 2,35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6%에 이른다.
이 숫자는 단순한 고령화 통계가 아니다. 이미 한국 사회의 중심축이 50대와 60대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달라진 소비, 달라진 정치
한 사회의 핵심 연령대는 그 사회의 소비, 정치, 세금, 문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과거 한국 사회는 30~40대가 주축이었다. 집을 사고, 아이를 키우고, 자동차를 바꾸며 소비를 끌어올리던 세대였다. 경제는 성장 중심으로 움직였고, 정책도 일자리와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50~60대가 중심이 된 사회에서는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25년에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약 21%에 달한다. 건강검진 수검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검진 관련 지출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새 집을 사기보다 기존 자산을 지키는 데 관심이 많고, 교육비보다 의료비와 노후자금이 중요한 지출 항목이 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도 성장만큼 자산 보전과 소득 안정이 중요한 국면으로 들어섰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연령별 투표율은 70대 84.7%, 60대 82.0%, 50대 71.6%로 50대 이상에서 매우 높은 참여율을 보인 반면, 20대는 52.4%, 30대는 55.1%에 그쳤다. 실제 투표자 비율은 60대가 21.7%, 50대가 21.2%로 중장년층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투표장을 움직이는 유권자의 다수가 중장년층이라면, 정책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그 세대의 관심사로 이동한다. 연금, 건강보험, 부동산 보유세, 상속과 증여, 의료와 돌봄이 선거의 핵심 의제가 된다. “어떻게 더 성장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인가”가 더 절박한 질문이 된다.
세금 구조의 대전환
세금의 구조도 변할 수밖에 없다. 젊은 인구가 많던 시절에는 근로소득세가 세수의 중심이었다. 2023년 국세 세목별 비중을 보면 소득세 34.5%, 법인세 23.9%, 부가가치세 22.0% 순이며, 상속·증여세는 약 14.6조 원으로 국세의 약 3.8%를 차지한다.
그러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연금소득, 금융소득, 부동산과 자산 이전에 대한 과세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상속세·증여세 제도 개편 논쟁, 종합부동산세 조정 요구, 양도소득세 완화 논의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세제의 무게중심은 노동소득에서 자산소득과 자산 이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세법의 구조와 각종 공제·세율 체계가 여전히 인구가 더 젊고 가구 구조가 달랐던 시기의 전제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의 전환, 정책의 재설계
한국은 더 이상 빠르게 성장하는 젊은 나라가 아니다. 중장년과 고령층이 주류가 된 성숙한 사회로 들어섰다. 문제는 우리가 여전히 과거의 인구 구조를 전제로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50대가 주류가 된 사회에서는 많은 영역이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일본은 2013년부터 정년 65세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했고, 독일은 법정연금 수급 연령을 67세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는 개혁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재설계, 국민연금 개혁, 자산·연금·금융소득에 대한 합리적 과세 전환, 고령친화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과거의 틀 안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은 평균수명 83세의 고령사회 현실과 괴리가 있고,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율은 자산 이전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로 적자 압력이 커지고 있고, 지방 상당수 시·군·구는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겹치며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다.
숫자는 이미 방향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 중심은 30대가 아니라 50대이며,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조만간 4명 중 1명에 가까운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정책과 세금도 그 현실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세대 간 갈등은 깊어지고 재정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대응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