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코리아위크] 고강도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서울에서 집을 사는 과정에 부모 등 가족의 자금 지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증여·상속 자금이 4조원을 넘어 제도 시행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매수에 동원된 증여·상속 자금은 4조44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주택 매수 자금(106조996억원) 가운데 4.2%를 차지한다.
2024년(2조2823억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로 늘어난 규모다. 집값이 조정을 받았던 2022년 7957억원까지 줄었다가 2023년 1조1503억원으로 반등한 뒤, 지난해 급격히 증가했다.
강남권 중심으로 ‘부모 지원’ 집중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583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 5488억원, 서초구 4007억원, 성동구 3390억원, 동작구 2609억원 순이었다. 전체 매수 자금에서 증여·상속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송파구(5.2%)가 가장 높았다. 중구(4.9%), 강남구·성동구(각 4.6%)가 뒤를 이었다.
전통적인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금융권 대출이 위축되자, 상대적으로 현금 동원력이 있는 가구를 중심으로 가족 자금이 대안으로 활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6·27’·‘10·15’ 대책 이후 대출 비중 급감
이 같은 흐름은 정부의 연이은 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발표된 ‘6·27 대책’과 ‘10·15 대책’으로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다. 특히 10·15 대책에 따라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축소됐다.
실제 강남 3구의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하반기로 갈수록 급감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7월 25.4%에서 12월 10.4%로 떨어졌고, 서초구는 22.8%에서 10.3%로, 송파구는 24.5%에서 15.3%로 각각 낮아졌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력 조달이 어려운 수요자들은 부모의 증여나 상속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주식 매각 자금보다 많아
지난해 증여·상속 자금은 주식·채권 매각 대금(3조8916억원)보다 약 5500억원 많았다. 2024년에는 두 항목이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가족 자금 비중이 더 커진 셈이다.
한편 주택자금조달계획서는 규제지역 내 모든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자금 출처를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서울에서는 2020년 10월부터 의무화됐다.
상속을 통한 소유권 이전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서울 집합건물의 상속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기는 1만9030건으로,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산 격차가 매수 기회로 직결되는 구조가 뚜렷해지면서, 이른바 ‘부모 찬스’ 의존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