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15만 원 찍자 영업점마다 인산인해
[코리아위크] 코스피가 6,100선을 넘어선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증권사 지점은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번호표는 90번대를 훌쩍 넘겼고, 창구 직원들은 점심도 거른 채 상담을 이어갔다. 25년 경력의 한 지점 차장은 “삼성전자가 15만 원을 돌파한 직후부터 방문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최근에는 시세를 확인할 시간도 없이 상담만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업점을 찾는 이들은 이제 막 투자에 뛰어들려는 개인 투자자들이다. 70~90대 고령층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 달라”며 직접 현금을 들고 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차장은 “은행 적금을 해지해 수억~수십억 원을 들고 오는 고객도 있다”며 “상승장이 이어지자 더 늦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투자 열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180만3,688개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자 예탁금 역시 107조9,032억 원까지 불어나며 대기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장을 두고 “개인 자금이 주도하는 유동성 랠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 방문 고객 상당수가 신규 또는 장기 휴면 계좌를 재개설하는 사례”라며 “과거와 달리 모바일에 익숙한 중장년층 유입도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공격적 투자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른바 ‘포모(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심리)’가 자극되면서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 손모(29) 씨는 “주변에서 하루 30~40%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며 “현재는 S&P 500을 추종하는 ETF 위주로 투자 중이지만, 레버리지 비중을 늘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레버리지 ETF 교육 신규 이수자는 16만7,000명으로 1년 전(8,600명) 대비 19배 가까이 늘었다. 신청자가 몰리며 교육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를 빚기도 했다.
해외 언론도 한국 시장의 레버리지 열풍을 주목하고 있다. Financial Times는 최근 한국 ETF 시장에서 레버리지 상품 비중은 3.7%에 불과하지만 거래대금은 전체 ETF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개별 종목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고배율 레버리지 ETF 도입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관련 자금 유입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차입을 통한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서 기타대출은 5조6,000억 원 증가로 전환됐다. 특히 보험사·카드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 실행된 대출이 15조2,000억 원에 달했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 역시 31조9,602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과열 국면에서 레버리지와 신용융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전형적인 ‘공격적 투자 사이클’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급등 이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2분기부터는 금리·환율·기업 실적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특히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6,100선 돌파로 개인 투자자의 참여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과열과 경계’라는 상반된 신호가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상승장의 환호 속에서도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