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유관순 희화화 영상 잇따라 게시

유관순 열사를 희화화한 AI 생성 영상
[코리아위크] 3·1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를 희화화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며 공분이 커지고 있다. 역사 인물을 생생하게 복원하던 기술이 조롱과 왜곡의 도구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다시 제기된다.
26일 취재에 따르면 한 틱톡 이용자는 최근 유관순 열사를 희화화한 AI 영상을 잇달아 게시했다. 해당 영상들은 수십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퍼졌다.
영상에는 열사가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장면, 일장기에 애정을 표현하는 설정, 신체를 기계장치와 합성해 과장된 연출을 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생성에는 Sora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참고한 이미지는 3·1운동 이후 수감 당시 촬영된 수의 차림 사진으로 전해졌다.
시민들 사이에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모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옥중 고문 끝에 17세로 순국한 인물을 희화화하는 것은 역사적 상처를 건드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열사의 조카손녀로 알려진 유족 측은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며 “독립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은 “AI 영상이 실제 기록처럼 오인될 가능성도 있다”며 왜곡 우려를 제기했다.
그간 국내에서는 AI를 활용해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복원하거나 음성을 재현하는 프로젝트가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역사 인물과 현대 세대 간 거리감을 줄이고 교육적 효과를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동일한 도구가 교육과 기념의 수단이 될 수도, 왜곡과 조롱의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 논란이 공론화된 바 있다. OpenAI는 지난해 10월, Martin Luther King Jr.의 이미지를 활용한 영상 생성을 제한했다. 일부 이용자가 인종차별적 허위 장면을 제작하는 등 ‘고인 모독’에 가까운 콘텐츠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조롱성 영상뿐 아니라 AI의 구조적 한계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성형 AI는 통계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지만, 사실 검증을 스스로 수행하는 체계는 아니다.
실제로 챗GPT에 Hongkou Park bombing을 질문하면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제 사용된 폭탄은 물통 형태였다. 정정을 요구하면 수정 답변을 내놓지만, 이용자가 추가 검증을 하지 않는다면 오류가 그대로 확산될 수 있다.
역사학계는 “AI가 제시하는 정보는 ‘권위 있는 단일 답’처럼 보이기 때문에 왜곡이 더욱 위험하다”며 “특히 청소년층이 짧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역사를 접하는 환경에서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3·1절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논란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사회적 합의와 윤리 기준이 충분히 마련됐는지 되묻고 있다. AI 역사 재현이 기억을 되살리는 도구가 될지, 왜곡을 증폭하는 장치가 될지는 결국 이를 사용하는 사회의 책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