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기·편법 증여 차단 위한 기초 데이터 구축

[코리아위크] 정부가 외국인의 국내 주택 보유 현황을 취득 ‘규모’가 아닌 ‘경로’ 중심으로 들여다보는 정밀 통계를 새로 만든다. 매매·증여·상속·경매 등 취득 원인을 세분화해 집계함으로써 이상 거래와 편법 이전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올해 업무 계획을 보고하며 외국인 주택 보유 통계의 세분화 방안을 포함했다. 기존에는 국적·주택 유형·지역별 보유 현황 위주로만 파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취득 방식까지 나눠 관리하는 체계를 검토 중이다.
새 통계의 핵심은 외국인이 주택을 취득한 원인을 △일반 매매 계약 △증여 △상속 △경매 등으로 구분해 집계하는 것이다. 단순 보유 가구 수만으로는 자금 유입 경로나 거래 성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취득 원인별 데이터가 구축되면 특정 지역에서 매매 비중이 급증하는지, 증여·상속을 통한 이전이 늘어나는지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정부·여당이 부동산 시장 질서 확립을 정책 기조로 내건 가운데, 정책 설계의 기초 인프라를 먼저 정비하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취득 경로를 알면 정책 수단도 세밀해질 수밖에 없다”며 “자금 출처 검증 강화와 함께 비정상 거래를 선별하는 데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택 보유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 6월 9만5058가구에서 지난해 6월 10만4062가구로 1년 새 9.5% 증가했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투기성 수요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 통계 신설은 이러한 시장 흐름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단순 증가율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늘었는지’를 파악해야 실효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외국인 주택 통계와 함께 상가 공실률 보조지표도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면적 기준(중대형·소규모)으로 일반상가 공실률을 구분했지만, 앞으로는 ‘상가 1층 공실률’과 ‘일반상가 통합 공실률’을 추가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가 1층은 접근성과 가시성이 뛰어나 임차 수요가 가장 먼저 몰리는 공간으로 꼽힌다. 이곳의 공실률은 상권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 성격이 강하다. 1층 공실이 늘어난다는 것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매출 기대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상권 침체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장 변화를 보다 촘촘하게 반영할 수 있는 통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며 “국회와 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주택 취득 경로와 상가 1층 공실률이라는 두 개의 새 지표는, 부동산 시장을 ‘규모 중심’에서 ‘구조 중심’으로 분석하려는 정책 방향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