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여자대학교 경영세무과 권오현 교수] 상속세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이것이다.
“배우자 있으면 10억까지는 상속세 안 나온다던데요?”
틀린 말은 아니다. 현행 상속세 구조에서 일괄공제 5억 원에 배우자공제 최소 5억 원을 더하면 10억 원이 된다. 배우자가 없으면 일괄공제 5억만 남는다. 그래서 이른바 ‘10억 무상속세(배우다가 없으면 5억)’ 공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공식에는 결정적인 전제가 빠져 있다. “사전에 증여한 재산이 없을 때” 라는 조건이다.
1. 왜 사전증여가 문제인가
상속세는 단순히 돌아가실 때 남은 재산에만 매기지 않는다. 생전에 미리 나눠준 재산까지 다시 합산해서 계산한다.
∙ 자녀·배우자 등 상속인에게 준 증여: 사망 전 10년 이내
∙ 사위·며느리 등 그 외 친족에게 준 증여 : 사망 전 5년 이내
즉, 이미 증여세까지 다 냈더라도 위 기간 안에 준 재산이라면 상속세 계산시 다시 가산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규정(상속세및증여세법 제24조)이 적용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4조 【공제 적용의 한도】
제18조, 제18조의2, 제18조의3, 제19조부터 제23조까지 및 제23조의2에 따라 공제할 금액은 제13조에 따른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가액을 뺀 금액을 한도로 한다. 다만, 제3호는 상속세 과세가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1. 선순위인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유증등을 한 재산의 가액
2. 선순위인 상속인의 상속 포기로 그 다음 순위의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가액
3. 제13조에 따라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한 증여재산가액(제53조, 제53조의2 또는 제54조에 따라 공제받은 금액이 있으면 그 증여재산가액에서 그 공제받은 금액을 뺀 가액을 말한다)
위 규정은 상속세 과세표준 계산시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정하는 것으로 특히 제3호와 같이 사전증여재산이 있으면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차감한 금액을 상속공제 한도액으로 삼는다. 이는 아무리 공제 항목이 많아도 이 금액을 넘겨서 공제받을 수는 없다. 이 규정 때문에 ‘10억 공식’이 무너지는 것이다.
2. 숫자로 보는 역설 — “8억짜리 집인데 왜 세금이?”
다음 사례를 보자. 배우자가 있는 피상속인이 사망시점 보유한 재산이 8억 2천만원이고, 10년 내 상속인인 자녀에게 증여한 금액이 2억원이 있는 경우, 상속세 과세표준은 다음과 같이 산출된다.
① 상속세 과세가액 = 8.2억 + 2억 = 10.2억
② 공제 한도 = 10.2억 − 2억 = 8.2억
(이론상 가능한 공제는 일괄 5억 + 배우자 5억 = 10억이지만, 실제로는 8.2억까지만 공제 가능)
③ 과세표준 = 10.2억 − 8.2억 = 2억 → 상속세 발생
겉으로 보면 남은 재산은 8억 2천만 원에 불과하다. “10억도 안 되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10년 전 자녀에게 준 2억이 공제 한도를 줄여버려, 결국 2억에 대한 상속세1,400만원이 나오는 구조다.
3. 절세하려다 오히려 세금을 만드는 상황
사전증여의 본래 목적은 재산을 미리 분산하고, 향후 가치 상승분까지 물려주어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재산 규모에 따라 이 전략이 정반대로 작동하기도 한다.
재산이 20~30억 이상인 경우, 공제 한도를 애초에 크게 초과하기 때문에 사전증여의 구조적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재산이 8~10억대인 경우, 공제 한도와 재산 규모가 비슷한 구간일 경우에는 사전증여가 공제 한도를 잠식해 세금이 없던 상황에서 세금이 생겨날 수 있다. 결국 “상속세를 줄이려고 증여했는데, 오히려 상속세를 만들어 버린” 상황이 되는 것이다.
4. 증여 후 10년을 버텨야 한다
자녀에게 한 증여가 상속세 계산에서 완전히 분리되려면 증여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나야 한다. 10년을 채우지 못하면 그 재산은 다시 합산되고, 공제 한도는 줄어들며 예상치 못한 상속세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사전 증여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건강이라는 리스크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또한 상속세는 단순한 덧셈·뺄셈 문제가 아니다.
“우리 집은 10억도 안 되니 괜찮다”는 안심은 사전증여가 개입하는 순간 흔들릴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재산이 많은 분들은 유능한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반면 10억 언저리의 ‘어중간한 자산가’는 혼자서 이 복잡한 구조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상속과 증여는 세율보다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이 자녀에게 물려줄 세금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는 오히려 더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전 증여를 실행하기 전 상담료를 부담하더라도 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